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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산&캠핑43

가을 타나 봐 오랜만에 길을 나선 가을 초입의 어느 하루.. 안 마을 지나 춘덕 약수터 방향으로 산에 가던 날.. 늘 이 자리 쯤에서 유치원 아이들을 만나곤 한다. 참 사랑스럽지.. 자꾸 눈길이 가고 절로 미소가 그려지는 풍경.. 사거리 쉼터 벤치에 앉았는데.. 내 바로 옆에서 푸다닥 소리가 나길래 보니 한 쌍의 다람쥐가 다정히 나들이 나온 모양.. 사람을 그닥 무서워하지 않아 보였다. 급하게 사진에 담았지만 앞서 간 한 마리는 담지 못했다. 사거리 쉼터.. 춘덕산으로 오르든..원미산으로 오르든.. 항상 이곳에서 한참을 쉬어간다. 아침에 내려간 커피를 마시며 오가는 산객들을 훔쳐본다. 사람이 몹시 그리운 요즘.. 이렇게 오가는 사람풍경을 훔쳐보는 시간도 나에겐 귀하다. 가을로 가는 산빛은 반짝이는 아침햇살에 더욱 싱그.. 2021. 10. 12.
버찌가 익을 즈음 원미산을 오르내리는 길은 다양하다. 우리 집 부근에서 오르는 길만 해도 다섯 곳이다. 그중 가장 자주 가는 길.. 그 길가에 아름드리 벚나무가 줄지어 있는데.. 내년 봄이 무척 기대되는 길이다. 얼마나 화사한 벚꽃길이 펼쳐질지.. 저만큼 앞에 나보다 언니뻘 되는 두 여인네가 버찌 열매를 따고 있는데 키가 닿지 않아 애를 쓰고 있다. 내가 펄쩍 뛰어 열매가 조로롱 열린 가지 하나를 내려주니 무척 좋아라 한다. 산길에서 만난 버섯.. 영지버섯을 닮은 듯 하나 영지버섯은 아니다. 내 남자에게 톡을 하니 독버섯 같단다. 버섯을 직접 만지지는 않았지만 산 아래 개울가에서 손이랑 스틱을 씻고.. 집에 오자마자 입고 간 옷을 훌훌 털어 세탁기에 넣었다. 엄마는 여린 산뽕잎을 따다 아홉 번씩이나 덕어 정성껏 뽕잎차를 .. 2021. 6. 29.
130년 역사의 안동네(벌응절리) 산길엔 오밀조밀 오솔길 같은 갈림길이 많았다. 초행길인 데다 워낙에 방향치에 길치인지라.. 갈림길만 나오면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못 잡는다. 산을 오르는 여인에게 우리 아파트 이름을 말하며 방향을 물으니.. 자기도 그 방향으로 가는 길이니 자길 따라 오란다. 처음엔 무뚝뚝하던 그녀도 안마을에 다달으니 이런저런 얘길 해준다. 아주 오래 된 옛 마을인데 조만간 재개발에 들어가는데.. 주민들과 협상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마을 곳곳엔 재개발 반대 플랜카드가 붙여져 있다고.. 산 아랫자락에 위치한 안 마을은 옛 자취가 많이 남아 있어.. 고풍스럽고 정겨웠다. 조만간 이 마을이 없어진다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데.. 130년의 역사를 이어온 이 마을의 주민들은 심정이 어떨지.. 이쯤에 오니 낯익은 길이다.. 2021. 6. 18.
원미산 첫 산행 주말의 하루.. 아침 일찍.. 원미산 정상에 올라볼 요량으로 집을 나섰다. 지난번엔 운동기구가 있는 이곳까지만 잠깐 와봤었다. 금계국 원추리 인동덩굴 일본 조팝 기다란 계단길.. 산길엔 갖가지 꽃들이 피고 있다. 금계국이랑 일본 조팝은 일부러 심은 듯하고.. 울 엄마가 좋아하는 원추리와 인동덩굴은 핀 자리가 태생이었을 것이다. 원미산 정상(해발 167M)의 정자는 코로나로 인해 출입금지.. 아쉬웠다. 내가 사는 동네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었을 텐데.. 산정에 자리한 체력 단련장.. 꽤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나도 스트레칭이랑 약간의 기구운동을 했다. 초행길이라 산길 갈림길에서 방향을 잘못 잡아 우리 집과 반대방향으로 한참을 갔다가 다시 되돌아와 사거리 쉼터에서 잠시 쉬는 중.. 푸드덕 산새 .. 2021. 6. 17.
아카시아 지는 산 아파트 정문을 돌아들면 바로 산길이 나온다. 춘덕산.. 춘덕산길을 따라 조금만 걷다보면 원미산에 닿는다. 이사 오고 처음 산길을 걷던 날(5.18).. 산길엔 아카시아 하얀 꽃눈이 하염없이 내리고 있었다. 운이 좋았다. 아카시아 하얗게 피어 바람에 달큰한 향기 날리우면 금상첨화였겠지만.. 피는 꽃 보다 지는 꽃들에게 더 애정이 가는 나에게 아카시아 꽃잎 하늘하늘 떨구며 하얗게 쌓이는 풍경이야말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그림이었다. 꽃말은 비밀스러운 사랑 - 벗 님 - 2021. 6. 3.
송화가루 흩날리던 날의 청계봉 4월 28일.. 오늘도 우나가 먼저 산엘 가자 한다. 리베라 산길 반대편인 청계봉으로 간다. 송화가루 온 산에 소복히 쌓이던 날.. 산 입구에 송화가루 뿌옇게 덮어쓴 백당나무 꽃이 버선발로 마중을 나왔다. 산길에서 만나는 돌탑은 누군가의 소망과 바람이 쌓여있는 것만 같아 조금은 경건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된다. 돌탑 하나 쌓을까 하다가 관둔다. 내게 지금은 그리 간절한 바람이 없다. 산 중턱에 위치한 풍양 조씨의 무덤터.. 솔붓꽃(꽃말:기쁜 소식) 청계봉 정상에서 커피 한 잔을 하고 내려오는 길.. 우나가 발견한 솔붓꽃.. 오롯이 저 혼자 피어있었다. 꽃들도 외로울까.. 저만 홀로 피어 외로울까.. - 벗 님 - 2021. 5. 16.
연달래 지는 리베라 산길을.. 왠일로.. 우나가 산엘 가고 싶단다. 얼마나 반가운 소린지.. 산책로처럼 완만한 리베라 산길을 걷기로 한다. 지난번 보았던 참새방앗간엔 여전히 신선한 모이가 가득하고.. 산비둘기 한 마리 구구 모이를 쪼아먹고 있다. 진달래 핀 리베라 신길을 걸은 지 2주쯤 되었을까.. 진달래에게서 바톤을 이어받은 연분홍 산철쭉이 이미 지고 있다. 나 어릴적 엄마랑 봄동산엘 오르면 가끔 만나던 연달래.. 엄마가 연달래라고 가르쳐 주셨던 그 꽃.. 어른 되어 생각하니 그 연달래가 산철쭉이었던 것이다. 나도 딸에게 꽃이름을 가르쳐 주지만 "으응.." 영혼 없는 메아리만.. 굳이 꽃이름을 딸에게 주입하고 싶진 않다. 그저 흘러흘러 훗날에 산길에서 이 꽃을 만났을 때.. 엄마랑 예전에 산길에서 만났던 꽃이네.. 그 정도로만 기억.. 2021. 4. 30.
무봉산 꽃샘 산행 네 번째 오르는 무봉산(4월 17일. 토요일) 작년에 두 번 올랐고.. 올봄.. 지난주에 이어 두 번째 오른다. 날은 차가웠다. 봄날의 가운데 급작스레 꽃샘추위가 온 날.. 4월의 연녹색 산빛은 싱그러웠다. 연분홍 산벚꽃이 마지막 꽃잎을 하늘하늘 떨구고.. 어디선가 이름 모를 산새 소리가 청아하다. 아침에 얼렁뚱땅 부추전을 부쳤는데.. 쫌 태웠다. 산정에 오래 머물다 가려했는데.. 손끝이 시려울 정도라.. 서둘러 하산하기로 한다. 산길에 핀 다홍빛 철쭉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저 철쭉 핀 자린 무덤자리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장을 한 모양이다. 산 아래쪽에서 옆길로 새었는데 텃밭 농장이 나온다. 주말을 맞아 가족단위로 텃밭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 멀리서 바라보니 참 평화롭고 아름답다. 텃밭 가쪽의 공터.. 2021. 4. 30.
만의사의 봄2 봄빛 머금은 만의사의 풍경은 따사로웠다. 이미 그 절정의 시간을 떠난 연분홍 산벚꽃은 봄 햇살에 눈부셨고.. 바톤을 이어받듯 꽃송이 한껏 벙그러진 수양 겹매화의 자태는 어여뻤다. 미륵불상.. 기와불사.. 불전함.. 연등.. 사느라 힘든 사람들의 간절한 염원을 담은 것들.. 너무 힘들거나..너무 간절하거나.. 그러할 때 기도는 필요한 것이다. 의지할 그 무언가가 절실한 것이다. 나는 오늘 아무 기도도 바치지 않았다. 아직은 견딜만한가 보다. 만의사를 나와 집으로 가는 길가에.. 희망의 봄은 여전히 피어나고 있었다. - 벗 님 - 나 없어라 / 범능스님 2021. 4.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