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엔 오밀조밀 오솔길 같은 갈림길이 많았다.
초행길인 데다 워낙에 방향치에 길치인지라..
갈림길만 나오면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못 잡는다.
산을 오르는 여인에게 우리 아파트 이름을 말하며 방향을 물으니..
자기도 그 방향으로 가는 길이니 자길 따라 오란다.
처음엔 무뚝뚝하던 그녀도 안마을에 다달으니 이런저런 얘길 해준다.
아주 오래 된 옛 마을인데 조만간 재개발에 들어가는데..
주민들과 협상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마을 곳곳엔
재개발 반대 플랜카드가 붙여져 있다고..
산 아랫자락에 위치한 안 마을은 옛 자취가 많이 남아 있어..
고풍스럽고 정겨웠다.
조만간 이 마을이 없어진다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데..
130년의 역사를 이어온 이 마을의 주민들은 심정이 어떨지..
이쯤에 오니 낯익은 길이다.
이곳에서 친정엄마네 간다는 그녀와 빠이빠이를 하고..
일부러 오래 된 골목길로 접어들며
우리 집 방향을 잡아간다.
1시간 정도로 예상하고 가볍게 오른 산길에서
반대 방향으로 간 덕분에 3시간이나 걸렸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어제 먹다 남긴 피자로 허기를 채운다.
어쨌거나 오늘 수확은 컸다.
모르던 산길을 알게 되었고..
안 마을로 해서 원미산에 오르는 길도 알게 되었다.
- 벗 님 -
여행자의 노래/김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