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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나71

뻐꾸기 소리 540년의 역사를 가진 안마을을 들머리로 해서 원미산으로 가는 길.. 아주 오래 된 안마을의 골목 골목.. 머잖아 이 옛스런 마을이 개발로 인해 사라진다고 하니 서운한 마음이 든다. 안마을을 통과해서 복사꽃 피는 집을 지나 원미산엘 간다. 이 길은 인적이 드물어 다소 호젓하지만.. 무섭진 않다. 산 초입에 들어서면 뻐꾸기 소리 들린다. 뻐꾹..뻐꾹.. 아주 깊은 산중에 들어온 듯하다. 뻐꾸기 소리는 유년의 추억을 소환한다. 해마다 봄이 오면 엄마는 커다란 장독에다 두견주를 담그셨다. 어느 봄..두견주를 담기 위해 엄마랑 참꽃을 따러 뒷산엘 갔었다. 어디선가 뻐꾸기 소리 들리고 엄마가 갑자기 화들짝 놀라시며.. " 숙아 어여 내려가자.." 엄마의 놀라는 모습과 당황해 하시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참.. 2021. 7. 7.
사비나네 보리수 복사꽃 피는 집 뜰 안.. 보리수나무 한 그루에 빠알간 보리수 열매가 어찌나 알알이 맺혔는지.. 여심을 사로잡는다. 사비나네 농원엔 보리수나무가 울타리였다. 삐삐 언니, 샤론 언니, 사비나..그리고 나.. 우린 온 여름 사비나네 농원에 가서 보리수 열매를 땄었다. 한 아름 따 온 보리수 열매로 보리수 청을 담그고 보리수 쨈도 만들었었다. 그즈음에 널 알게 되었지.. 돌아보면 아름다웠던 날들이었어. 지금보다 10년은 더 젊었던 우리들.. 여인의 향기가 물씬했던 그날들..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즐거웠고 행복했었고.. 난 사랑에 빠졌었지.. 흰머리 희끗해지고 난.. 이만큼 나이 들었어요. - 벗 님 -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면서 / 박강수 2021. 6. 25.
아카시아 추억 아카시아 꽃잎을 따 먹었었지.. 아카시아 이파리로 사랑점도 쳤었지.. 좋아한다..싫어한다..좋아한다..싫어한다.. 그리고 이파리를 주루룩 훑어버리고 그 줄기로 머리카락 돌돌 말아 빠마도 했었지. 유년의 동산에 피어나던 모든 꽃들 속엔 그립고 정겨운 추억들이 향기로 남아있지.. - 벗 님 - 2021. 6. 4.
잠자는 연 산책길에 만난 작은 연못에 봉긋 수련이 꽃잎을 열었다. 스무 살의 대학 캠퍼스 가정대 거울못.. 당신과 내가 처음 대화를 나누었던 곳.. 이맘 때면 수련이 참 어여쁘게도 피었었다. 이른 아침 중앙 도서관에 자릴 잡고 바쁘게 연못으로 달려가곤 했었다. 아침 햇살과 함께 꽃봉오리를 여는 수련을 보기 위해.. 당신은 군에 가고 없고.. 수련이 피는 시절이면.. 참 자주 거울못을 서성거렸었다. 수련의 꽃말은 당신의 사랑은 알 수 없습니다. ※ 얼마나 잠을 많이 자면 수련 (睡蓮)이라 했을까. 사람은 잘 때 눈꺼풀을 덮지만 꽃들은 잘 때 꽃잎을 오므린다. 수련은 개화 초기에 흐리거나 해가 지면 꽃을 오므리고 해가 뜨면 꽃잎을 연다. 그래서 수련은 잠자는 연으로 '수'가 '물 水'가 아니라 '잠잘 睡'이다. (따온.. 2021. 6. 3.
살아있다는 건 참 멋진 것 같아 카페 플로리안 내부엔.. 빨강머리 앤으로 도배가 되어있었다. 내 유년과 소녀시절의 감성을 온통 지배했던.. 빨강머리 앤.. 빨강머리 앤은 내 삶 속에 녹아들어.. 열네 살적에도..쉰네 살 적에도.. 삶이 힘든 매 순간순간마다 앤을 떠올리며.. 다시금 힘을 내곤 했었다. 갱년기 증상으로 몹시 우울할 때.. 세상 아무것도 다 싫고 무의미하다 느껴질 때.. 무언가 탈출구가 필요했었는데.. 그때.. 문득 떠오른 것도 빨강머리 앤이었다. 40여 년만에 유투브에서 빨강머리 앤을 찾아.. 1회부터 마지막회까지 정주행했다. 내 갱년기 우울을 버티게 해준 게.. 빨강머리 앤이었던 것이다. "살아있다는 건 참 멋진 것 같아." "눈 앞에 보이는 것들이 모두 행복이었어." 삶이 암울하다 느껴질 때.. 이 말을 떠올려 봐.... 2021. 5. 30.
고운 잠 어려서부터 가위에 자주 눌렸었다. 깜깜한 밤이 무서워 한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이불을 머리 끝까지 포옥 뒤집어 쓰고 잠이 들곤 했었다. 어린 내가 자면서 나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내남자도 딸들도 내가 자다가 자주 비명을 지르고 헛소릴 한다고 걱정했다. 깨워도 정신을 못 차려서 잠결에 내남자한테 뺨도 몇 번 맞았다. 내남잔 내가 공포영화나 스릴러물을 즐겨 봐서 그렇다고 하지만 내가 얼마나 겁쟁이인데.. 무서운 거 볼 때는 눈 감고 귀 꼭 막고 보는데.. 예전엔 가위 눌리는 게 싫어 쇠젓가락 기역자로 구부려 방마다 수맥자리 찾아서 수맥을 피해 잠자릴 펴곤 했었다. 그러면 나쁜 꿈을 덜 꾸는 것도 같았다. 하지만 요즘은 굳이 수맥자리 찾지도 않고 잠을 잔다. 악몽을 안 꾼지도 오래 되었다. 이사하.. 2021. 5. 25.
바디 필로우 아이들 방에 걸리적거리며 나돌던 바디필로우.. 기다란 거는 쏭이 꺼.. 분홍색 귀여운 인형은 우나 꺼.. 일단 내 방 침대로 가져왔다. 침대에서 티비를 보거나 찬 한잔 하며 간식을 먹을 때.. 기대기에 편안하다. 어느 순간부터 각방?을 쓴다. 서로 편해서 자연스레 그렇게 되었다. 부부는 무조건 한 방에서 자야 한다고 한사코 우기던 내 남자도 이젠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이 편하다고 한다. 해서 나 혼자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사방팔방 굴러다니며 잘 때.. 저 바디필로우는 아주 유용하다. 얼마나 편하고 자유로운지.. - 벗 님 - 알아요/ 양파 ♡바디 필로우 엎드려 자거나 옆으로 누워서 잘 때 편한 자세를 취하는 데 도움이 되는, 안을 수 있는 긴 베개 2021. 5. 24.
이사 5월 4일 화요일.. 이사를 했다. 굿 바이.. 동탄.. 이삿 날.. 비바람이 거셌다. 이래저래 힘든 이사였지만 비 오는 날 이사하면 부자가 된다는 속설을 믿어보기로 한다. 첫눈에 반한 곳이다. 그냥 끌렸고 살고 싶은 곳이었다. 내 남자도 나도 전원생활이 하고 싶어 양평 쪽을 쭈욱 알아보다가 여러 가지로 여의치 않아 방향을 바꾸어 선택한 곳.. 원미산 바로 아랫자락.. 조금은 컨츄리 하지만 공기 맑고 정감이 가는 동네.. 거실에서 바라보는 밤 풍경이 참 아늑하다. ♡ 나는 이제 이 곳에서 살아갑니다. 잘 살아낼 것이고 행복해질 겁니다. - 벗 님 - 사랑의 이야기 / 김태정 2021. 5. 19.
엄마 발 안 닿음 청계봉에서 내려와 아파트 상가의 마트에서 간단한 장을 보고 집으로 가는 길.. 집 앞의 공원에서 잠시 쉬어간다. 맞은 편의 우나가 나를 담았다. ※ P.S 이 날.. 마트 계산대 위에다 등산스틱을 놓고 왔다.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며칠 후에 문득 생각이 나 마트에 전활 하니 다행히 보관하고 있다고.. 이 영상을 나 몰래 찍어 지 아빠 한테 보냈다. " 엄마 발 안 닿음..ㅋ.." - 벗 님 - 2021. 5.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