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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116

굿바이, 나의 텃밭 주말의 하루.. 늘 고기 타령하는 우나를 위해 집에서 삼겹살 구워 먹기로 한 날.. 텃밭의 깻잎이 생각나 마지막으로 깻잎 따러 텃밭으로 나간 날.. 엊그제 내린 비로 신리천은 징검다리가 잠길 정도로 물이 철철 흐르고 텃밭엔 여름풀이 무성하다. 지난번 간을 철렁하게 햇던 멧돼지 발자국도 빗물에 씻기웠는지 보이질 않는다. 여름 내내 텃밭을 에워싸던 하얀 개망초 핀 자리엔 미국쑥부쟁이가 대신하고 있다. 이제 거의 끝물인 깻잎을 얼른 따고.. 이제 막 열매 맺힌 어린 파프리카랑 고추도 딴다. 이제 이 텃밭엔 다시 올 일이 없을 것 같아서.. 멧돼지가 무섭기도 하고 인적도 없고 풀이 무성한 텃밭이 왠지 스산하기도 해서 얼른 텃밭을 떠난다. 나의 텃밭 자리엔 조만간 개발이 들어갈 것이다. 굿바이 나의 텃밭.. 지난.. 2020. 9. 19.
산길엔 한여름 장마가 끝난 후.. 산길엔 어젠 보이지 않던 버섯들이 다투어 피어난다. 요즘 산길을 걷는 재미는 하루하루 다르게 피어나는 버섯들을 보는 것이다. 한차례 비바람 몰고 간 산길엔 아직 여물지 못한 파릇한 햇밤송이들도 여기저기 떨궈져 있다. 혹시나 해서 밤송이를 깠더니.. 채 익지 않았지만 토실한 밤알이 톡톡 튀어나온다. 신통하고 예쁘다. - 벗 님 - 나무와 새 / 박길라 2020. 9. 15.
엄마, 텃밭에 가지마 우나는 요즘 주 2일(수,금) 출근하는 재택근무 중이다. 비 그친 하루.. "우나야, 산책겸 엄마랑 텃밭에 갈래?" 흔쾌히 응해주는 딸.. 해 빠진 어둑한 시간.. 비 핑계로 한동안 방치해둔 텃밭에 깻잎이나 따러 간다. 신리천을 따라 운동하는 사람들이 차츰 늘고 있다. 불어난 물가에서 노니는 젊은 아빠와 어린 딸의 모습이 정겹다. 텃밭은 풀들이 무성하다. 방울토마토는 이미 사망했고.. 파프리카에는 작은 초록 열매가 열렸다. 파프리카인 줄로만 알았는데 고추도 열려있다. "우나야 넌 거기 있어. " 잡풀이 너무 우거져 딸아인 길가에 세워두고 깻잎만 얼른 딴다. "엄마, 무서워..빨리 가자. 여기 짐승 발자국이 있어." 얼른 가서 보니 진짜 멧돼지 발자국 같은 것이 또렷이 있다. 우나랑 난 급히 텃밭을 떠났다.. 2020. 8. 28.
바이러스 우분투(2018년).. 엊저녁.. 아니 오늘 새벽.. 우나 지지배가 내 노트북으로 게임을 하다가.. 문득 어릴적 하던 추억의 게임이 하고 싶어 그걸 다운로드하다가.. 내 노트북이 심각한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말았다. 내 남자가 출동해서 전문가들만 한다는 백신으로 치료를 하려 했지만 아예 먹통.. 그냥 병원 가서 노트북 싸악 미는 수밖에 없단다. 예전 같았으면 난리 칠 일인데 난 그저 담담하다. 요즘은 블로그에 별로 할 말이 없어 블로그를 방치하는 날이 많아서 며칠 노트북이 없다 해도 아무렇지 않기에.. 내 남자가 포기한 걸.. 우나가 인터넷 찾으며 끙끙 대더니.. 노트북 싸악 밀고 다시 복구하는 방법을 알아냈단다. "엄마, 사진 저장된 거 다 날아가도 괜찮아?" "할 수 없지.. 어떡해.. 그 방법밖엔 없.. 2020. 8. 24.
산길 어딘가에 토종다람쥐 있을텐데..?? 청설모 이곳 동탄으로 이사 오고 가까운 곳에 마땅한 gym이 없는 데다.. 코로나로 아파트 내 gym도 몇 달째 폐쇄된 상태라.. 거기다가 무력감과 의욕상실로 아무것도 하기 싫어 운동을 하지 않았더니 몸도 맘도 무거워지고 피폐해진 상태다. 무엇보다 외모적으로 둔해지고 흰머리칼이 눈에 띄게 늘어 우울감만 더해가는 날들이다. 해서 컨디션이 좋은 날엔 널부러진 몸과 맘을 일으켜 산길을 걷는다. 산길에 들어서면 서늘한 산내음이 나서 기분이 맑아진다. 오기만 하면 이리 좋은 걸.. 산길 초입에서 토종 다람쥐를 만났는데.. 산 중간쯤에선 청설모를 만났다. 걱정이 되었다. 청설모가 토종 다람쥐를 잡아먹는다는 얘길 들은 것 같은데.. 땀방울이 송글해지도록 걷다 보면 몸과 맘의 독소가.. 2020. 8. 10.
방울토마토2 아까워라.. 파프리카.. 신리천 나온 김에 텃밭에 들렀다. 초록 풀이 무성해진 텃밭에 빨간 방울토마토.. 그 세찬 비바람에도 방울토마토가 빨갛게 익었다. 별 기대 없이 흩뿌려 두었던 파프리카 씨앗도 싹이 나고 꽃이 피고.. 꽃 진 자리마다 아기 열매가 맺혔다. 파프리카 수확할 때까지 텃밭을 유지할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 벗 님 - 우산 / 에픽하이 2020. 8. 6.
폭우 연이은 폭우의 날들.. 나는 좋다. 한 달 내내 비가 내려도 좋다. 비가 세차면 세찰수록 좋다. 여한 없이 비가 내리는 날들.. 이른 아침 비가 잠시 소강상태인 듯하여 신리천으로 나갔다. 신리천은 콸콸 세차게 흐르지만 그리 위협적이진 않았다. 갑자기 폭우가 쏟아진다. 바람도 거세다. 우산도 쓸모가 없다. 다리 밑으로 피신했지만 사선을 그으며 비바람이 마구 들이친다. 한참을 비와 바람과 세찬 물살의 풍경을 바라보노라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다시 비가 잠잠해진다. 다리를 건너는 우산 속 세 부자의 모습이 예쁘다. 아빠 손에 유치원 가방이 들려있는 것으로 봐서 아이들을 유치원에 데려다주는 모양이다. 우나랑 쏭이도 저리 앙증한 시절이 있었는데.. 문득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 벗 님 - 비도 오고 그래서 / .. 2020. 8. 5.
방울토마토 비 온 후.. 자전거를 타고 신리천을 달려 텃밭으로 나간 하루.. 개망초 무성하고 여름풀로 우거진 텃밭.. 뒤늦게 씨앗 뿌렸던 로메인 상추도 이젠 끝물.. 열무는 벌레 먹어 숭숭하고 작고 거칠어 보잘것없다. 내 작은 텃밭에 수확할 거라곤 이젠 깻잎뿐이다. 이웃 텃밭들엔 옥수수랑 고추랑 고구마잎이 무성하다. 내 남잔 이젠 텃밭을 포기하라고 하지만.. 요놈 때문에 자꾸 맘에 걸린다. 방울토마토.. 어디서 씨앗이 날아왔는지 텃밭 귀퉁이에 방울토마토 달랑 한 그루.. 어느 날 노란 꽃망울을 피우더니 비 온 후 또 어느 하루.. 탱글탱글 방울토마토가 열렸다. 신통하고 예쁘다. - 벗 님 - 바람이 오면 / 범능스님 2020. 8.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