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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하루

엄마, 텃밭에 가지마

by 벗님2 2020. 8. 28.

 

 

 

 

 

 

 

 

 

 

 

 

 

우나는 요즘 주 2일(수,금) 출근하는 재택근무 중이다.

비 그친 하루..

"우나야, 산책겸 엄마랑 텃밭에 갈래?"

흔쾌히 응해주는 딸..

해 빠진 어둑한 시간..

비 핑계로 한동안 방치해둔 텃밭에 깻잎이나 따러 간다.

신리천을 따라 운동하는 사람들이 차츰 늘고 있다.

불어난 물가에서 노니는 젊은 아빠와 어린 딸의 모습이 정겹다.

 

텃밭은 풀들이 무성하다.

방울토마토는 이미 사망했고..

파프리카에는 작은 초록 열매가 열렸다.

파프리카인 줄로만 알았는데 고추도 열려있다.

 

"우나야 넌 거기 있어. "

잡풀이 너무 우거져 딸아인 길가에 세워두고 깻잎만 얼른 딴다.

"엄마, 무서워..빨리 가자. 여기 짐승 발자국이 있어."

얼른 가서 보니 진짜 멧돼지 발자국 같은 것이 또렷이 있다.

우나랑 난 급히 텃밭을 떠났다.

 

그러고 보니 지지난주엔가..

저녁 어스름 무렵 나 홀로 텃밭에 나간 날..

갑자기 신리천 냇가 우거진 풀섶에서 괴성이 들리는 것이다.

덫에 걸린 짐승의 울부짖음 같은 난생 처음 듣는 소리였지만 

물오리인가 하고 살짝 무시했었는데..

다시 또 괴성이 들려 냇가쪽을 보니 풀숲이 마구 흔들리는 것이다.

순간 영화 괴물이 떠오르고 공포가 언습해와서

허겁지겁 자전거를 타고 텃밭을 떠났었는데..

그 날의 그 괴성과 지금 텃밭가의 짐승 발자국이 무관하지 않겠다는

합리적인 생각이 든다.

 

"엄마, 이제 텃밭에 가지 마.."

우나도 쏭이도 이젠 절대로 텃밭에 가지 말란다.

깻잎도 아직 한창이고..

이제 마악 열매를 맺은 파프리카가 아깝긴 하지만

나도 무서워 텃밭엔 이제 못 갈 것 같다.

 

 

 

 

 

 

 

- 벗 님 -

 

 

 

 

 

 

 

사랑하면 할수/ 이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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