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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하루

굿바이, 나의 텃밭

by 벗님2 2020. 9. 19.

 

 

 

 

주말의 하루..

늘 고기 타령하는 우나를 위해 집에서 삼겹살 구워 먹기로 한 날..

텃밭의 깻잎이 생각나 마지막으로 깻잎 따러 텃밭으로 나간 날..

 

엊그제 내린 비로 신리천은 징검다리가 잠길 정도로

물이 철철 흐르고 텃밭엔 여름풀이 무성하다.

지난번 간을 철렁하게 햇던 멧돼지 발자국도 빗물에 씻기웠는지

보이질 않는다.

 

 

 

 

 

 

 

 

 

 

 

 

 

여름 내내 텃밭을 에워싸던 하얀 개망초 핀 자리엔

미국쑥부쟁이가 대신하고 있다.

이제 거의 끝물인 깻잎을 얼른 따고..

이제 막 열매 맺힌 어린 파프리카랑 고추도 딴다.

이제 이 텃밭엔 다시 올 일이 없을 것 같아서..

 

멧돼지가 무섭기도 하고

인적도 없고 풀이 무성한 텃밭이 왠지 스산하기도 해서

얼른 텃밭을 떠난다.

나의 텃밭 자리엔 조만간 개발이 들어갈 것이다.

 

굿바이 나의 텃밭..

지난 일 년간 나에게 둘도 없던 친구가 되어주어서

고마웠어.

 

 

 

 

 

 

 

 

 

 

 

 

 

신리천변 다리 밑에 자전거를 멈춘다.

돌돌 소리를 내며 흐르는 냇물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앉았다가

식구들 깨어날 시간이겠다 싶어 일어선다.

 

 

 

 

 

 

 

 

 

 

신리천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

최근에야 개방한 신리천변 공원에 

이름 모를 이국의 꽃이 만발하다.

 

울 아빠 암병동에 계실 때..

갑갑해하시는 아빨 휠체어에 모시고 병원 내의 공원에 갔을 때..

피어있던 저 꽃..

그때 처음 만났었다.

 

저 꽃만 피어나면 아빠 생각이 더욱 난다.

 

 

 

 

 

 



- 벗 님 -

 

 

 

 

 

사랑Two / 윤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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