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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하루127

가보지 않은 길 느지막이 집을 나섰다. 소풍 나온 인근 유치원 아이들은 어느새 하산하는 중.. 마냥 예쁜 풍경.. 햇살 잘 드는 이 길.. 찬 바람도 포근히 안아주는 길.. 이 길로 산을 오르는 걸 좋아해서 요즘은 매일 이 길을 들입머리로 잡는다. 시린 하루.. 이 곳에 앉아 따스한 커피로 몸을 녹인다. 사르르 마음까지 따스해진다. 이곳을 지날 적마다 적당한 돌멩이 하나 주워 조심스레 돌탑을 쌓는다. 작은 소원도 얹어본다. 원미정.. 체력 단련장에서 가볍게 운동을 한 후.. 이곳에 한참을 앉아 있곤 하는데.. 추워서 잠깐만 머물렀다. 오늘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로 하산하려고 한다.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로 하산하는 길.. 조금 무서웠다. 하지만 갈색 겨울꽃도 만나고 아늑한 쉼터도 만나고 옹달샘도 만났다. 마침내.. 2022. 2. 9.
까치 까치 설날 이번 설에 친정에 내려갈지 말지 조금 고민했지만 우리 가족 모두 내려가기로 한다. 아침 일찍 PCR 검사를 했다. 선별 검사소는 아직 한산했다. 울산 갈 채비를 하고 나는 선물로 줄 천연비누를 만든다. 자정이 다 되어가는 까만 시간.. 문득 내남자가 고도리를 치잔다. 처음엔 우나랑 내 남자랑 둘이서.. 쩜 10원짜리.. 우나가 4천 얼마 땄단다. 식탁에서 천연비누 만드는 중.. 카렌듈라 꽃잎가루랑 황토 허브를 재료로.. 아빠랑 언니랑 고도리 치는 게 재밌어 보였는지 관심 없던 쏭이도 합류한다. 쩜 50원으로 올린다. 자정이 넘어서야 선물 할 천연비누 포장까지 완성.. 광 팔기 위해 나도 합류.. 아이들 어렸을 적엔 윷놀이나 고도리 포카 게임을 자주 했었는데.. 우리 가족 넷이서 이렇게 모여 앉은 건 참 .. 2022. 2. 2.
원미산의 일출 임인년(壬寅年) 첫날.. 2022년 1월 1일 일출을 보기 위해 집을 나섰다. 나 홀로.. 원미정 올라가는 계단이 통제되고 있어 사람들은 원미산 중턱에서 일출을 본다. 앙상한 나무숲 사이로 떠오르는 새해 첫해.. 일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원미정 올라가는 길이 개방되어 원미정에 올라 조금 늦은 일출을 본다. 찬란하게 떠오르는 첫 해.. 이렇게 새해 첫 일출을 보면 왠지 첫 단추를 잘 꿴 느낌.. 단정하게 다시 출발선상에 선다. 더 사랑하자.. 내 삶을.. 나의 사람들을.. - 벗 님 - 희망가 / 김호중 2022. 1. 5.
아듀~ 2021년~ 2021년 마지막 날.. 아침엔 쏭이가 만든 쫄면을 먹고.. 오후엔 우나가 주문해준 교촌치킨이랑 도미노 피자를 먹고.. 자정 무렵.. 쏭이가 주문한 연어랑 참치 카나페로 한 상 차려 우리 네 식구 둘러앉아 또 2021년을 보낸다. 마시는 음료 하나도 통일이 안 되는 우리 가족.. 0시 땡 하는 찰나에.. 내남잔 그냥 보리차를.. 우난 기네스 맥주를.. 쏭인 콜라를.. 난 와인을 쨍그랑 부딫치며.. 아듀~~ 2021년.. - 벗 님 - Going Home / 리베라 합창단 2022. 1. 2.
아듀~55 하필..오늘 서러울게 뭐람.. 한 해의 마지막 날 울었지만.. 새해를 맞으며 그래도 웃었다. 우리 가족 4명 한 자리에서..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했다. 그랬으면 되었다. 내 나이 이제 56살.. 잘 살아내야지.. 감사하며 살아야지.. 내년 이맘땐 그래 열심히 살았어.. 스스로를 토닥일 수 있도록.. - 벗 님 - 2022. 1. 1.
나의 크리스 마스 우나가 친구들과의 크리스마스 파티를 위해 코로나 선별검사를 받는다기에 함께 길을 나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크리스마스 파티 소품을 산다기에 홈플과 다이소에 들렀다가 베스킨 라빈스에서 크리스마스 케잌도 산다. " 엄마, 집에 가서 트리 만들자.." 사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트리도 귀찮아 올핸 생략할려고 했었는데.. 그래도 크리스 마스라고 들떠있는 우나를 보니.. 덩달아 기분이 업 된다. 혹시 모르니까 아빠한테 케잌 사오지 말라고 전화해봐.. 아빠랑 통화를 끝낸 우나.. 엄마, 아빠 오늘 크리스마스인 줄도 모르는 눈치인데..? 케잌 샀으니까 사오지 말랬더니 오늘 무슨 날이녜..ㅋ 그리고 성환이 아저씨랑 저녁 드시고 온다는데..? 그리고 나를 바꿔달래더니 지난주에 실패한 플로페인가? 동유럽식 볶음밥 그.. 2021. 12. 25.
당신 인생 최고의 날은 가을이 지는 자리.. 가보지 않은 길로 가볼 작정이다. 나신을 드러낸 겨울 나목들 사이로.. 봄 여름 가을엔 미처 보지 못했던 풍경들.. 갈까 말까.. 산길 너머에서 만난 터널.. 터널 벽면엔 벽화랑 원미동에 대한 설명이 가득하다. 이 터널을 지나면.. 소설 원미동 사람들의 배경이 된 마을이 있다길래.. 터널을 지나 원미동 사람들을 만나러 간다. 다시 터널을 지나 원미산을 넘어 집으로 가는 길.. 산길은 갈빛 낙엽이 자욱하다. 꽃은 꽃대로 예쁘지만.. 수북한 갈빛 낙엽이랑 앙상한 겨울 나목은 또 그 나름으로 깊고 운치가 있다. 산길에서 만난 싯귀.. "당신 인생의 최고의 날은 아직 살지 않은 날이다." 이 말이 나에게 힘을 준다. - 벗 님 - 내 마지막 날에 / 김대훈 2021. 12. 4.
안 마을의 가을 소경 역곡공원을 들머리로 해서 원미산을 올라 사거리 쉼터에서 따스한 커피 한 잔을 마신 후.. 안 마을을 날머리로 집으로 가는 길.. 어느 집 담장 위로 빼꼼 고개 내민 국화꽃.. 헛간에 쪼로록 말려놓은 무청 시래기.. 마치 오선줄에 그려놓은 음표를 연상시키는 전깃줄에 앉아있는 참새들.. 내 눈에 이쁜 안 마을의 소박한 가을 소경.. - 벗 님 - 가을 우체국 / 윤도현 2021. 11. 20.
가을에 누워 휴일의 하루.. 우나랑 공원을 산책한다. "엄마, 방금 쥐 지나갔어.." "정말? 요즘도 쥐가 있어?" "어? 엄마 여기 개구리도 있어." "어머..어머..토종개구리네.." 쥐새끼도.. 토종개구리도.. 나 초등시절 보고는 처음 본다. 여기가 촌동네는 촌동네인가 보다. 공원을 산책하다 등받이 의자에 길게 누웠다. 하늘도 나무도 눈부시던 날에.. 햇살도 바람도 참 적당한 날에.. 딸과 가을 공원의 벤치에 누워.. - 벗 님 - 얼마나 좋을까 / 이수영 2021. 1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