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집을 나선다 해도
어느새 해는 중천이다.
오래된 마을이다 보니
공원길엔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이 눈에 많이 뜨인다.
나무 꼭대기에 핀 노란 꽃..
뒤에 가는 아주머니..
" 저리 높게 꽃이 피면 사람들이 어찌 봐?"
앞에 가는 아주머니..
" 그래도 볼 사람은 다 봐.."
공원 안에 있는 축구장..
아침 산책길에 자주 만나는 풍경이다.
멀리서는 젊은이들인가..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친정아버지 뻘은 됨직한
칠 팔순은 되어 보이는 어르신들이다.
울창한 소나무 아래
저런 산림욕을 할 수 있는 벤치가
서너 군데 있다.
아주머니 두 분이 도란도란 얘길 나누시며 힐링 중..
흔들 벤치에 앉아 흔들흔들 모닝커피를 마시노라니
어디선가 트럼펫 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진다.
요란하지 않고 낮고 유연하게 흐르는 트럼펫 소리..
이 아침 누가 이리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해주시나 몰래 훔쳐보니..
조 아래 벤치에 할아버지 한 분이 불고 계신다.
아침에 만난 아름다운 풍경..
저 멀리 맞은편에서 나란히 걸어오시는 노부부..
연세가 무척 많아 보이셨다.
팔순은 훌쩍 넘어 보이시는..
한결같이 두 손을 꼬옥 잡고 걸어오는 모습이
멀리서도 애틋해 보여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할머니의 모자를 고쳐주시려는지..
가던 걸음 멈추고 할머니를 챙겨주시는 손길이
어찌나 다정하고 따스해 보이던지..
깊고 애틋한 부부의 사랑이 느껴저
가슴 시큰해 왔다.
- 벗 님 -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 김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