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는 산길엔 약수터가 두 군데 있다.
약수터엔 으례 사람들이 쉬어가기 마련이라
쉼터가 있고 운동기구도 있다.
콸콸 물소리가 경쾌하다.
식수로는 부적합하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지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다.
산을 한 바퀴 돌고 약수터를 만나면
땀방울도 식힐 겸 손을 씻곤 하는데
어떤 여인이 시원하게 세수를 하기에..
나도 따라 차가운 약숫물로 얼굴을 적셔본다.
약수터에서 얼굴 씻는다고 찌푸리는 사람이 있을지 몰라도
어차피 음용수로 부적합 해서 아무도 사용하는 사람이 없고
저 흐르는 물들은 그대로 흘러가는 것이라는 핑계를 대며
나의 행동을 합리화 해본다.
얼마나 시원하든지..
산을 내려오는 내내 그 시원함이 살속 깊이 느껴진다.
왠지 내 얼굴도 한층 맑아진 느낌이 들고..
요즘 산길엔 산딸기가 빨긋빨긋 익어가고 있다.
쉼터에서 만나는 산새에게 주려고 빨갛게 익은 몇 알을 땄다.
쉼터 나무 그루터기에 올려두었더니..
산새 한 마리가 기웃거리다 쪼아보더니
입맛에 맞지 않는지 그냥 날아가 버린다.
산새들은 산딸기를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다.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