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된 목욕가운이다.
버릴려고 하니 왠지 서운해..
발판으로 만들었다.
주방 조리대 밑에..
애들 욕실 앞에..
부부침실 욕실 앞에..
두었다.
집 안에서 실내화를 꼭 신는다.
맨발로 다니지 못한다.
발이 험해지고 굳은살이 생기는 게 싫어서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생긴 습관이다.
저 실내화 바닥이 너덜너덜하다 못해
구멍이 뚫려 버려야 할 때가 지났다.
바닥은 너덜거려도 발등 부분은 멀쩡해서
어쩔까? 하다가
쏭이가 찢어졌다며 안 입는 청치마 천을
발바닥 모양에 맞춰 잘라 덧대었다.
두어 달 은 더 신을 수 있게 되었다.
단 돈 만원이면 저런 실내화를 5켤레도 살 수 있다.
이케아나 다이소 가면 3천원에
폭신하고 예쁜 발판도 살 수 있다.
딸들은 엄마, 제발 버려라며 기암을 하지만..
나의 이런 꼬질한 성격은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다.
그 어떤 것도 쉬이 떠나보내지 못하는
내게로 온 것들에 대한 애착때문이다.
버려야 할 것들을 다시 재활용해 사용하는 것이
내겐 작지만 소소한 행복이다.
- 벗 님 -
Nakashima Mika - 연분홍빛 춤출 무렵 / 얼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