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지금 눈 와.."
"그래?..."
"엄청 많이 와, 나 눈구경하고 올게.."
뉴스에서 눈소식을 듣긴 했지만..
그러려니 했다.
쏭이의 눈구경 간다는 말이 신선하게 와닿았다.
'그래..이건 첫눈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그제야 커튼의 암막을 걷고 밖을 내다본다.
쏭이처럼 눈 밟으러 밖으로 나갈 마음도 기력도 없어''
베란다 창을 통해 잠시 눈 내린 하얀 세상을 내려다본다.
첫눈이 하얗게 세상을 덮어도..
반갑지도 기쁘지도 예쁘지도 않다.
코로나 때문이라고..
갱년기 때문이라고..
그렇게 우겨보지만..
요즘은 살아온 날들에 대한 회한에 빠지곤 한다.
울 아빠 생각도 자꾸 나고..
첫눈 내리던 그 즈음의 몇날..
난 우울했고 암담했고 하늘은 회색빛이었다.
여전히 헤어나지 못한 채 오늘도 살았다.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