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지막이 집을 나섰다.
소풍 나온 인근 유치원 아이들은
어느새 하산하는 중..
마냥 예쁜 풍경..
햇살 잘 드는 이 길..
찬 바람도 포근히 안아주는 길..
이 길로 산을 오르는 걸 좋아해서
요즘은 매일 이 길을 들입머리로 잡는다.
시린 하루..
이 곳에 앉아 따스한 커피로
몸을 녹인다.
사르르 마음까지 따스해진다.
이곳을 지날 적마다
적당한 돌멩이 하나 주워 조심스레
돌탑을 쌓는다.
작은 소원도 얹어본다.
원미정..
체력 단련장에서 가볍게 운동을 한 후..
이곳에 한참을 앉아 있곤 하는데..
추워서 잠깐만 머물렀다.
오늘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로 하산하려고 한다.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로 하산하는 길..
조금 무서웠다.
하지만 갈색 겨울꽃도 만나고
아늑한 쉼터도 만나고
옹달샘도 만났다.
마침내 익숙한 길을 만났을 때..
어디선가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소리가 들린다.
- 벗 님 -
단 하나의 사랑 / 유해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