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다음날 아침 햇살이 맑았다.
동네의 길목에 눈이 다 녹았길래
산길도 그러려니 했는데..
뽀드득 하아얀 눈길..
산길 초입의 집 한 채..
오며 가며 저 장독대를 훔쳐본다.
장독대 곁의 복숭아나무 한 그루..
봄날이 오고 복사꽃 피어나면
얼마나 이쁠까..
나 홀로 다니는 호젓한 산길..
늘 커피 마시던 나무 둥치에서 커피를 마시고
조금 올라가다가 발견한 발자욱..
처음엔 주인 따라 나온 강아지의 발자욱인가 했는데..
발자욱이 숲으로 나 있다.
어쩌면 산짐승의 것일지도..
오늘도 작은 돌멩이 하나 올려놓고..
소망을 빌었다.
날이 꽤 차웠다.
원미정 나무데크에 고드름이 열렸다.
나에게 고드름은 반가운 유년의 추억이다.
주인 잃은 장갑 한 짝..
원미정에서 만난 대학생들..
산을 오르는 청춘들을 보면 그렇게 이쁠 수가 없다.
눈길이 미끄러우니 조심하라며 괜한 오지랖을 떤다.
꺄르르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햇살에 부서지는 웃음소리가 햇살에 반짝이는
하얀 눈보다 눈부시다.
참 이쁜 시절..
내게도 저런 청춘이 있었지..
그랬었지..
- 벗 님 -
눈의 꽃 / 나카시마 미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