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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가족

추석

by 벗님2 2021. 9. 28.

 

 

 

 

추석 이틀 전..

아침 일찍 울산 친정으로 출발한다.

가는 길 우나 회사 동료가 이번에 개업했다는

군포의 수제 요거트 가게에 일부러 들렀다.

8년동안 근무한 짱짱한 직장인 대기업을 그만두고 오픈한 가게..

대박 나야할텐데..

 

요즘 핫 아이템인 듯 한데..

맛이 꽤 괜찮아 우나랑 나랑 또 먹고 싶어

우리 동네 수제요거트 가게를 일부러 찾아가기도 했다.

 

 

 

 

 

 

 

이틀 전.. 친구랑 여행을 떠난 쏭이를 문경에서 픽업하고..

문경 근교의 쭈꾸미집에서 식사를 한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카페 분위기의 깔끔한 식당..

쏭이는 친구랑 먼저 먹었다고 하고..

내 남자랑 우나는 쭈꾸미정식을..

난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아 사이드 메뉴로 주문한 새우튀김으로

식사를 대신한다.

집 근처에 있다면 가끔 찾을 것 같은 꽤 맛난 식당이었다.

 

 

 

 

 

 

시어머님과 시누님..

 

 

코로나 이후 시댁은 명절을 따로 지내지 않는다.

벌초 때 산소에서 성묘하는 걸로 대신한다.

해서 이제 시골 갈 일은 없다.

 

울산 가는 길..

어머님을 모시고 있는 대구 시누 집에 들렀다.

장정한 아들 셋이나 있지만 딸네 집에서 지내시는 어머님..

우리가 떠날 때면 눈물을 훔치신다는 어머님..

 

늙고 병들어간다는 건 서글프고 서러운 일..

나의 노년도 저리 가여울까..

 

 

 

 

 

 

 

 

 

아침에 나선 길이지만 어느새 어둑하다.

울산으로 달리는 고속도로 위에서 바라본 달님..

참 환하고 둥글다.

 

그날도 울산 친정 가는 고속도로 위였다.

네다섯 살 된 우나가 달을 보며 하던 말..

"아빠 달이 자꾸 따라와.."

 

 

 

 

 

송편 빚을 쌀가루를 빻으러

할머니랑 방앗간에 간 우나가 담은 영상..

 

 

 

 

 

 

송편을 빚는다.

엄마가 산에서 주워 온 통통한 밤알을 넣어서..

 

 

어엿한 직장인이지만

이모들에겐 아직 어린 조카로 보이는지..

동생들은 우나에게 용돈을 준다.

 

이모들에게 받은 용돈은 항상 지 아빠한테 고스란히 주는 우나..

열 명이나 되는 아이들에게 용돈 챙겨주느라 휘청이는지 아빨 

그래도 생각해주는 고마운 딸..

 

 

 

 

 

 

 

시댁에 간 넷째 주야랑

자가격리 중인 유담이때문에 오지 못한 막내 영아는 빠지고..

엄마랑 나랑 랑이랑 월이랑 명절 음식을 한다.

친정에서 하는 명절 음식은 몸은 힘들어도

그저 놀이처럼 신나고 재미난다.

늘 하는 얘기지만 내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차례 지낼 음식을 다 해놓고

늦은 오후 월이가 우나가 입을만한 옷을 주겠다기에

월이네 집에 잠깐 들렀다.

아이들 그림으로 장식된 현관 입구가 아기자기 예쁘다.

 

 

 

 

 

 

 

추석 날 아침..

차례를 지낸다.

절 올릴 때마다 아빠께 기도를 드린다.

'그곳에서 평안하시라고..'

'엄마랑 우리들 잘 지켜 주시라고..'

 

코로나로 아빠 산소에 안 가본 지 일 년이 넘었다.

마음 여리신 울 아빠 많이 서운해하실 텐데..

작년에도 올해도 큰댁에서 벌초를 했단다.

내년 추석엔 우리가 벌초를 해야 하지 않겠냐며..

누군가 말을 꺼낸다.

그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백년손님들이

어찌 생각할지..

 

"아빠, 잘 다녀가셨는지요?"

 

 

 

 

 

- 벗 님 -

 

 

 

 

 

하월가 / 임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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