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틀 전..
아침 일찍 울산 친정으로 출발한다.
가는 길 우나 회사 동료가 이번에 개업했다는
군포의 수제 요거트 가게에 일부러 들렀다.
8년동안 근무한 짱짱한 직장인 대기업을 그만두고 오픈한 가게..
대박 나야할텐데..
요즘 핫 아이템인 듯 한데..
맛이 꽤 괜찮아 우나랑 나랑 또 먹고 싶어
우리 동네 수제요거트 가게를 일부러 찾아가기도 했다.
이틀 전.. 친구랑 여행을 떠난 쏭이를 문경에서 픽업하고..
문경 근교의 쭈꾸미집에서 식사를 한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카페 분위기의 깔끔한 식당..
쏭이는 친구랑 먼저 먹었다고 하고..
내 남자랑 우나는 쭈꾸미정식을..
난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아 사이드 메뉴로 주문한 새우튀김으로
식사를 대신한다.
집 근처에 있다면 가끔 찾을 것 같은 꽤 맛난 식당이었다.
시어머님과 시누님..
코로나 이후 시댁은 명절을 따로 지내지 않는다.
벌초 때 산소에서 성묘하는 걸로 대신한다.
해서 이제 시골 갈 일은 없다.
울산 가는 길..
어머님을 모시고 있는 대구 시누 집에 들렀다.
장정한 아들 셋이나 있지만 딸네 집에서 지내시는 어머님..
우리가 떠날 때면 눈물을 훔치신다는 어머님..
늙고 병들어간다는 건 서글프고 서러운 일..
나의 노년도 저리 가여울까..
아침에 나선 길이지만 어느새 어둑하다.
울산으로 달리는 고속도로 위에서 바라본 달님..
참 환하고 둥글다.
그날도 울산 친정 가는 고속도로 위였다.
네다섯 살 된 우나가 달을 보며 하던 말..
"아빠 달이 자꾸 따라와.."
송편 빚을 쌀가루를 빻으러
할머니랑 방앗간에 간 우나가 담은 영상..
송편을 빚는다.
엄마가 산에서 주워 온 통통한 밤알을 넣어서..
어엿한 직장인이지만
이모들에겐 아직 어린 조카로 보이는지..
동생들은 우나에게 용돈을 준다.
이모들에게 받은 용돈은 항상 지 아빠한테 고스란히 주는 우나..
열 명이나 되는 아이들에게 용돈 챙겨주느라 휘청이는지 아빨
그래도 생각해주는 고마운 딸..
시댁에 간 넷째 주야랑
자가격리 중인 유담이때문에 오지 못한 막내 영아는 빠지고..
엄마랑 나랑 랑이랑 월이랑 명절 음식을 한다.
친정에서 하는 명절 음식은 몸은 힘들어도
그저 놀이처럼 신나고 재미난다.
늘 하는 얘기지만 내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차례 지낼 음식을 다 해놓고
늦은 오후 월이가 우나가 입을만한 옷을 주겠다기에
월이네 집에 잠깐 들렀다.
아이들 그림으로 장식된 현관 입구가 아기자기 예쁘다.
추석 날 아침..
차례를 지낸다.
절 올릴 때마다 아빠께 기도를 드린다.
'그곳에서 평안하시라고..'
'엄마랑 우리들 잘 지켜 주시라고..'
코로나로 아빠 산소에 안 가본 지 일 년이 넘었다.
마음 여리신 울 아빠 많이 서운해하실 텐데..
작년에도 올해도 큰댁에서 벌초를 했단다.
내년 추석엔 우리가 벌초를 해야 하지 않겠냐며..
누군가 말을 꺼낸다.
그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백년손님들이
어찌 생각할지..
"아빠, 잘 다녀가셨는지요?"
- 벗 님 -
하월가 / 임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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