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9일 토요일 새벽 2시경..
잠자리에 들려고 양치를 하는데..
가글이 안된다.
한쪽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놀라 잠든 내남자를 깨운다.
나를 보더니 한쪽 눈도 깜박이지 않는단다.
다음날 아침..
한방병원을 찾았더니..
친절한 원장님께서 일단 약물치료를 먼저 받아보란다.
바로 옆 건물의 이비인후과에 갔더니..
진료 의뢰서를 써주며 대학 병원으로 가보란다.
한림대 병원에 왔다.
하루 입원해서 검사를 받아야 한단다.
병원에서 혈압을 측정했는데..
160..
쉬었다 다시 재었는데..
157..
재차 삼차 재었는데도..
혈압이 150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
내남자도 나도..충격..
위의 수치는 며칠 후..
가장 떨어졌을 때의 기록..
아직도 아침에 재면 150까지 나오기도 하고
오후엔 120대로 떨어지기도 하고
오락가락한다.
혈압뿐 아니라
당수치도 높게 나오고 체중도 5키로나 늘었다.
병원에서 읽으라며 쏭이가 챙겨준 책 두 권..
병원밥은 맛도 없고 부실했다.
스테로이드제 ..
안면신경마비의 유일한 치료약이라고 한다.
발병 후 3일 이내에 복용해야만..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코로나 검사, 혈액검사, 소변검사, 심전도 검사. 신경학 검사..
MRA, MRI..
입원하자마자 온갖 검사가 이루어졌다.
퇴근한 내 남자가 잠깐 다녀가고..
자정에 나 혼자 MRI 검사를 받으러 갔다.
45분간의 뇌 사진 단층촬영..
도저히 못 참겠으면 눌러라며 쥐어준 튜브를
생명줄이라도 되는 양 손에 꼭 쥐고..
MRI 기계 속으로 내 몸이 빨려 들어갈 때..
양간의 공포가 엄습해왔다.
난 목티도 못 입고 목걸이도 못한다.
하다못해 치과 치료 때 목 위에 얹어두는
휴지의 무게도 못 견딘다.
목에 뭐라도 닿으면 숨이 막혀온다.
기계 속으로 빨려 들어갈 때..
머리에 주렁주렁 달린 줄이 내 목 위로 감겨왔다.
곧 숨이 막혀왔다.
질식할 듯한 이런 기분으로 45분을 어찌 견뎌야 하나..
숨 막히는 고통을 잊기 위해..
내가 태어나 살아오는 동안의 기억들을
파노라마로 재생해내기 시작했다.
4살.. 5살.. 6살..
유년의 첫 기억부터 차근차근..
되도록 행복했던 기억만 떠올리려 애썼지만..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날들도 불청객처럼 불쑥불쑥 떠오른다.
행복했던 기억 중엔
아빠와의 유년의 추억들이 가장 많이 스치고 지나간다.
어찌어찌 모든 촬영이 끝나고
내 몸이 들어갈 때처럼 쑤욱 빠져나오고..
두 눈가엔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