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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산&캠핑

쌀바위

by 벗님2 2020. 10. 29.

 

 

쌀바위(해발 1109M)

 

 

가지산 정상에서 쌀바위까지 가는 길은

능선길이라 완만하고 수월한 편이었다.

 

하지만 쌀바위에서 석남사까지 가는 길은

길고 가파르고 험난한 데다 해질 무렵이라 

겁 많은 엄마랑 난..식겁했다.

 

 

 

 

 

 

 

 

 

 

 

쌀바위 아래 전망대에서

비빔밥을 먹는다.

밥을 비벼 먹을 일회용 양푼?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는 엄마도 나도 챙겨 오지 않았다.

밥을 담아온 비닐봉지에 나물이랑 고추장이랑 참기름을 넣고

쓱쓱 싹싹 흔들흔들..

 

엄마랑 난 이 상황이 웃기면서도 비빔밥은 꿀맛이라며

참 맛나게도 먹었다.

이미 해가 기울어가는 하오의 쌀바위 정상은 쌀쌀해서

손이 시려울 정도였다.

엄마는 생전 드시지 않으시던 믹스커피를 드신다.

 

 

 

 

 

 

 

 

 

 

 

 

 

 

 

 

엄마의 발걸음이 바쁘시다.

하산길이 아득히 먼데도 우리가 너무 늦장을 부렸다.

오후 4시경에 쌀바위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마지막 산객인 듯 인적도 없어

나도 엄마도 마음이 급해졌다.

 

내가 착각을 했었다.

쌀바위에서 석남사까지는 수월하게 금방 내려갈 수 있을 거라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한참을 걸어 석남사 가는 이정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왔는데 아직도 4킬로가 넘게 남았다니..

그랬다.

가지산은 해발 1200M가 넘는

아주 높고 깊은 산이란 걸 인지하지 못하고

하산길을 너무 만만하게 봤던 것이다.

 

경사가 80도는 넘을법한 가파르고 거친 하산길에서

허겁지겁 내려가다가 난 그만 다리가 풀려버렸고

엄마가 헤아린 숫자로는 내가 8번은 넘어졌다는 것이다.

어느새 산 너머로 해가 기울어 산길은 어두워질라 하고

엄마는 저만큼 앞에 잘도 가시는데

나는 마음만큼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고

무릎도 아프고 다리는 후덜 거리고..

넘어질 때 접질러진 발목이랑 종아리에 통증이 왔지만

그걸 살필 겨를도 없었다.

내가 자꾸 넘어지니까 엄마는 해 저물기 전에 하산하는 걸 포기하시고

그냥 안전하게 천천히 내려가자 하신다.

 

마침 그때 우리 뒤에 남자분 한 분이 내려오고 계셨다.

아니? 여자분 두 분이 왜 이렇게 늦게까지 계시냐며 놀라신다.

다행히 그 남자분이 우리 뒤에서 에스코트해주면서

석남사까지 함께 동행해 주셔서 엄마랑 난 

무서움이나 두려움 없이 안전하게 하산할 수 있었다.

 

참 길고 무섭고 험난했던 하산길에 생명의 은인이라도 만난 듯

엄마랑 난 그 아저씨께 몇 번이나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렸다.

 

 

 

 

 

 

산을 절대 만만히 봐선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던 하루..

 

 

 

 

 

 

 

- 벗 님 -

 

 

 

 

 

노래는 나의 인생/ 임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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