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0일 토요일..
오랜만에 산엘 올랐다.
무봉산..
간단히 여장을 꾸려 집을 나섰다.
버스 타기가 애매해서 그냥 걸어서 가기로 한다.
전에부터 참 예쁘다 여겼던 벚꽃길..
연분홍 꽃잎들 이미 이울고 있었고..
주변은 고가다리 공사로 어수선하다.
산 들머리까지 내 걸음으로 1시간 가량 걸렸다.
산바람 살랑 불 적마다
꽃잎이 하늘하늘 춤 추듯 내린다.
연분홍 꽃잎 진 자리마다
연두빛 물 오르는 산길은
바야흐로 연둣빛 봄 세상..
산정에 오래 앉아 있었다.
사람 구경하면서..
사람이 그리웠던 걸까..
다소 소란한 산정의 분위기가 좋았다.
이런 저런 사람들의 표정을 훔쳐 보는 거..
요즘 생긴 버릇이라면 버릇이다.
아름 모를 산새 한 마리도..
내 머리 위 산벚꽃 그늘가에
오래 머물다 떠났다.
쉼터의 한적한 벤치에 자릴 잡고
아침에 얼렁뚱땅 싸간 샌드위치와 잡채로
허기를 채우고 등산화랑 양말도 벗어둔채..
등산가방을 베개삼아 누웠다.
누워..
하늘을..
그 하늘 아래 드리운 연둣빛 봄을 멍하니 바라보노라니..
스르륵 눈꺼풀이 무거워 진다.
생시인 듯.. 꿈결인 듯..
두런두런 산객들의 대화도 엿들으며..
산의 품에 안겨 꿈처럼 잠처럼 아득해진다.
참 아늑하고 편안하다.
산의 품은..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