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는 걸 참 못하는 나..
한 달 내내 버리고 버렸다.
아이들 어렸을 적 가방이나 추억이 깃든 옷가지들..
무엇보다 아이들 손길이 닿은 어릴 적 그림이나 작품들..
저런 걸 뭐하러 여직 갖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내겐 추억이고 그리움이고 소중한 것들이라..
매번 버린다고 버렸지만 여전히 버리지 못한 것들을..
버린다.
버리다가 아쉬운 건..
사진으로 남기기도 하고..
까묵고 그냥 버리기도 하고..
앞 뒤 베란다 창고에 있던 박스들을 싸악 정리하고
각자 개인 박스들은 알라서 정리하라고 맡겨두었다.
박스 정리하다가 발견한 추억쪼가리들..
일기장 열쇠..
스킨 씰이 한창 유행하던 시절..
쏭이 네 살?
고사리손으로 을매나 야무지게 저 작업을 하던지..
우나 4학년 때..
호수공원에서 걔최된 붓글씨 대회..
장려상을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
1980년 중1..
엄청 멋쟁이였던 음악 선생님..
음악시간 우리들 필수교재였던 세광애창700곡집..
40여 년이나 된 저 책을 왜 여직 갖고 있었는지..
우나랑 쏭이 피아노 교본..
무조건 버려야 한다는 우나도..
취미로라도 피아노 다시 치고 싶다고
저것만 버리고 피아노 교본 대부분은
버리질 못했다.
후훗~
아이들 유치원 가방이랑 초등학교 입학할 때 가방..
저것도 여직 갖고 있었다.
아이들 이름이 새겨진
유치원부터 초등 중등 고등학생 때까지 체육복을
한벌씩 갖고 있었다.ㅎ~
이번에 싸악 다 버렸다.
교복은 자기들도 버리기 그랬는지..
중 고등 교복은 다 남겨두었다.
매년 운동회나 학교행사 때 입던 아이들 반티..
기발하고 이쁜 것들이 많아 그것도 모아두었는데..
이번에 다 버렸다.
옷장에서 옷을 정리하고 남은 옷걸이들..
아직 더 버려야 하는데..
입어보고 설레이지 않으면 버려라..
정리전문가의 이 말을 새기며..
남은 옷들은 한 번씩 입어보고 결정하기로..
쏭이 버릴 신발들..
"쏭,, 저 신발들 버려도 돼?"
" 응.. 다 버려.."
힙합모자가 유행하던 시절..
라페거리에서 쏭이가 사달라고 해서 사줬는데..
한 번도 저 모잘 쓴 걸 본 적이 없다.
말짱한 채로 보관하다 결국 버린다.
아이들 첫돌 무렵.. 생애 첫 밥그릇..
왼쪽이 우나꺼.. 오른쪽은 쏭이꺼..
내남자 사무실에서 쓰던 6인용 원탁..
버리려고 했는데 조금 아까운 생각이 들어..
울산 갈 때 싣고 가서 랑이네 농막에 안착..
창고에 자질구레한 것들 보관하던 사무용 서랍..
이건 버리려고 내놓았더니..
누가 냉큼 들고 갔다.
덕분에 쓰레기 수거비 아꼈다.
우나 초등학교 입학할 때 침대랑 같이 산 옷장..
우나가 전에부터 버려라 버려라.. 노랠 불러서..
이번엔 버렸다.
우나 고등학생 때 화장대가 필요하대서 사준 거..
이것도 볼 때마다 버려라 버려라.. 노랠 불러서
버렸다.
버리고 나니 당근마켓에서
저 화장대 구매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ㅜㅜ
예전 같지 않다.
한 달 꼬박 버릴 거 정리하느라
너무 힘들었다.
- 벗 님 -
너를 위해 / 임재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