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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하루

안녕, 호수공원

by 벗님2 2023. 5. 24.

 

 

마침 고양 꽃박람회 기간이다.

우나는 성철이랑 꽃박람회 구경 중인데..

김무진이 노래하고 있다며 톡이 왔다.

 

식사 후 우리도 호수공원으로 왔다.

사람들로 붐비는 호수..

김무진 공연 보려면 꽃박람회 티켓을 구매해야 해서

그냥 호수공원이나 한 바퀴 돌기로 한다.

멋대가리 없는 내남잔 그냥 차에서 쉬겠다기에

나 홀로 여유로이 호수공원을 걷는다.

한 무리의 젊은 여자애들..

저 하얀 차에 김무진 타고 있다며 그 앞에 도열해서 

사진을 찍느라 난리다.

차 안에 탄 사람 무안하겠다.

 

 

 

 

 

 

 

 

 

 

 

 

 

 

 

 

 

 

 

 

 

 

여유로이 호수를 반바퀴쯤 돌고 있으려니

내 남자가 자기 있는 곳으로 오란다.

차에서 쉬겠다더니 호숫가 수양버드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있다.

잠시 후 내 남잔 호수 한 바퀴 돌고 오겠다며 다시 떠나고

이럴 거면 오손도순 같이 돌면 좋았을 텐데..

따로국밥도 아니고..

 

어쨌거나 이젠 둘이라서 더 좋을 것도..

혼자라서 더 나쁠 것도 없다는 생각이다.

혼자면 혼자라서 좋고 둘이면 둘이라서 좋고..

 

 

 

 

 

 

 

 

 

 

 

 

 

 

 

호수를 돌고 난 내 남잔 다시 차로 가고

난 미처 돌지 못한 호수 반바퀴를 더 돌다 호숫가에 앉았다 가기로 한다.

어차피 우나 시간 맞추려면 시간이 너무 여유롭다.

호수가 훤히 보이는 정자가 있는 이곳..

늘 이곳에 자릴 깔고 앉아 호수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상념과 시름과 탄식을 흘리던 자리..

잔디만 있던 그 자리에 흔들의자가 생겼다.

이곳에 앉아 호수와 사람과 5월의 바람과 빛깔을 느끼며

시간을 보낸다.

 

할머니 한분이 옆에 같이 앉아도 되겠냐 하신다.

기꺼이 그러시라 하고 자연스레 이야길 나누게 되었다.

아흔을 훌쩍 넘기셨다는데 너무나 정정하시다.

이렇게 홀로 호수를 산책하실 정도라니.. 놀라웠다.

최근에 주무시다 갑자기 통증이 오고

호흡이 안되어서 홀로 응급실에 가셨단다.

명지병원 응급실에 가셨는데 간호사가

어디가 어떻게 아프냐 묻는 게 아니라

할머니 돈은 갖고 오셨냐고 묻더란다.

카드를 보여주니 그제야 진료를 해주더란다.

자식들에게 폐 끼치기 싫어 홀로 가셨다는데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그제야

자식들에게 연락하고 세브란스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하셨단다.

수술 후 몸 상택 예전 같지 않아 많이 우울해하시는 것 같아 보였다.

말씀 중에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이

"사람의 일 한 치 앞도 모르더라.."

그러고 보니 최근 내가 혼자 가장 자주 중얼거리는 말 또한

"사람의 일 한치 앞도 모른다."

이 말이었는데..

 

저녁 먹으러 가자는 내 남자의 전화가 오고

할머니와 인사를 나눈다.

 

" 안녕, 호수공원.. 또 언제 올까.. 올 날이 있을까?"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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