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0년의 역사를 가진 안마을을 들머리로 해서
원미산으로 가는 길..
아주 오래 된 안마을의 골목 골목..
머잖아 이 옛스런 마을이 개발로 인해 사라진다고 하니
서운한 마음이 든다.
안마을을 통과해서 복사꽃 피는 집을 지나
원미산엘 간다.
이 길은 인적이 드물어 다소 호젓하지만..
무섭진 않다.
산 초입에 들어서면 뻐꾸기 소리 들린다.
뻐꾹..뻐꾹..
아주 깊은 산중에 들어온 듯하다.
뻐꾸기 소리는 유년의 추억을 소환한다.
해마다 봄이 오면 엄마는 커다란 장독에다 두견주를 담그셨다.
어느 봄..두견주를 담기 위해 엄마랑 참꽃을 따러 뒷산엘 갔었다.
어디선가 뻐꾸기 소리 들리고 엄마가 갑자기 화들짝 놀라시며..
" 숙아 어여 내려가자.."
엄마의 놀라는 모습과 당황해 하시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참꽃 따는데 열중하다 보니 너무 깊은 산속까지 들어와 버렸다는 것을..
뻐꾸기 소리에 깨달으셨던 걸까..
아직 젊은 새댁이던 엄마는
어린 딸과 너무 깊은 산속으로 들어와 버렸다는 사실에
덜컥 겁이 나셨던 것이다.
참꽃 딴 보자기를 매살르시던 엄마의 다급한 손길..
난 그 날 ..그 순간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또렷이 기억난다.
저 산 아래로 소를 모는 할아버지 한 분이 지나가던 것 까지..
- 벗 님 -
귀촉도/ 김두수
(내가 가장 사랑하는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