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가위에 자주 눌렸었다.
깜깜한 밤이 무서워 한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이불을 머리 끝까지 포옥 뒤집어 쓰고 잠이 들곤 했었다.
어린 내가 자면서 나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내남자도 딸들도
내가 자다가 자주 비명을 지르고 헛소릴 한다고 걱정했다.
깨워도 정신을 못 차려서 잠결에 내남자한테 뺨도 몇 번 맞았다.
내남잔 내가 공포영화나 스릴러물을 즐겨 봐서 그렇다고 하지만
내가 얼마나 겁쟁이인데..
무서운 거 볼 때는 눈 감고 귀 꼭 막고 보는데..
예전엔 가위 눌리는 게 싫어
쇠젓가락 기역자로 구부려
방마다 수맥자리 찾아서 수맥을 피해 잠자릴 펴곤 했었다.
그러면 나쁜 꿈을 덜 꾸는 것도 같았다.
하지만 요즘은 굳이 수맥자리 찾지도 않고 잠을 잔다.
악몽을 안 꾼지도 오래 되었다.
이사하느라 곤했던 탓인지..
아님 새 잠자리가 편안한 건지..
요즘은 꿈도 없이 아주 고요하게 푸욱..잘 잔다.
고운 잠을 잔다.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