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8일. 토요일
마음에 드는 건..
저 엔틱한 휴지 케이스뿐인 허름한 모텔..
딸들 말처럼 미리 예약하고 오자니까..
엊저녁 짜증을 부렸었다.
기어코 아침은 먹어야 하는 삼식이 내남자..
첫끼를 12시 넘어 먹는 오랜 습관이 벤 나..
혼자 아침 식사 하고 오시라하고
난 아침바다 산책을 한다.
이 시간이 참 좋다.
생각대로 되지 않는 건
참 멋진 일이네요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나니까요.
횟집이랑 조개구이 무한리필집이 즐비한 대천 바닷가..
내 유년과 소녀시절과 중년이 된 지금까지도..
내 감성과 삶의 원천이 되어주었던 빨간 머리 앤..
<오늘도 회는 뜬다> <손님 구함>
어느 횟집 앞의 간판 멘트가 참 기발하다.
나만의 아침바다 감성에 푸욱 빠져들라 하는데
내남자의 전화가 온다.
본인 먹고픈 해물뚝배기가 1인분은 주문이 안 된다고
얼른 나더러 오란다.
사실 저번 건강검진 후 6월부터
식단조절과 생애 처음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주로 해물만 건져 먹고..
아마 밥은 한 두 숟갈 정도 먹었지 싶다.
해물을 즐기지 않지만 해물 뚝배기는 맛났다.
식사 후 바다 뷰가 이쁜 베이커리 카페 2층에서..
디저트 타임을 갖는다.
어쩌면 해물 뚝배기보다는 이런 베이커리를 좋아하는
나를 위한 배려일 것이다.
잠시 쉬다가 대천 스카이바이크를 타러 가기로 한다.
내가 인기가 좋아 줄 서서 타야 할지 모르니까
일찍 가야 하지 않을까.. 하니
이 아침에 누가 타러 오겠냐..
천천히 가도 충분히 탈 수 있단다.
과연 그럴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확신에 차 말을 하니 내 남자를 믿기로 하고..
이 카페에서 푸욱 쉬다가 천천히
스카이 바이크 타는 곳으로 이동한다.
바다는 아무렇게나 담아도
멋진 그림이 되고 아름다운 풍경이 된다.
사람도 바다와 어우러져 자연의 일부가 되고..
바다가 그리는 그림은 모두 한 폭의 명화가 된다.
마음이 참 아늑해지고 평온해지는 풍경들이다.
저만큼 앞에..
짚라인과 스카이바이크를 타는 탑이 보인다.
매표소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일단 줄 끄트머리에 우리도 합류한다.
매표원이 앞에서부터 사람 수를 헤아리더니..
딱 우리까지만 오늘 예약이 가능하단다.
그나마도 오후 4시에나 탈 수 있단다.
정말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
일단 번호표를 받고..
어차피 오늘 정해진 일정도 없고..
여기 대천 바다가 너무 좋아..
나무 그늘에 앉아 바다 멍이나 때리며 기다리기로 한다.
그나저나..
내남자도 나이 들어가는지..
요즘 세태에 대한 감이 영 떨어진다.
그나마 우리 뒤에서 짤려서 다행이지..
우리 앞에서 딱 짤렸다면 난 아마 내남자한테
한바탕 쏘아붙였을 것이다.
- 벗 님 -
나들이 / 이광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