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게 무리진 꽃망울을 보면..
눈물이 난다.
까닭 없이 이유도 없이 가슴이 아려온다.
사무쳐서..
그리워서..
눈이 부셔서..
아래 글은..
하얀 개망초 눈부신 날에 휘리릭 써 내려간
그즈음(2009년) 내 마음의 시린 편린들..
♥ 하얀 개망초 / 벗님
햇살이 투명해
바람은 잎새를 흔들며 춤을 춰
싱그럽다는 말이 어울리는 그런 날들이야
들녘엔 개망초가 피어났어
하얗게 하얗게 정말 하얗게
네가 있는 곳엔 지고 있다지만
내가 있는 곳엔 피고 있어..
그만큼의 거리에 우리가 있는 거야.
어린 날 한번쯤 걸었을만한 산길에도
개망초가 흔들리고 있었어
강변에 하얗게 무리 지어 손짓하던 개망초
차창 너머로 스치는 하얀 몸짓들..
개망초만 보면 눈물이 나는 날에
네 생각이 너무 간절한 그런 날에
개망초 핀 강변을 바라보며
하얀 꽃망울만한 울음을 울곤했었지
지난 여름날은 참담했었고
나는 표정도 말도 잃은 채 많은 날을 보내야 했어
숨어 숨어 몰래몰래 너를 그리워했어
네 표정 네 마음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아
마음은 늘 그곳으로 치달리고 있었지
바람처럼 꿈결처럼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처럼
늘 너를 만나러 가곤 했었어
모를 거야
하루도 빠짐없이 그렇게 너를 만나러 가는 나를
상상도 못 했을 거야
그냥 잊힌 거라고 조금 슬퍼하며
넌 너의 일상에 열중했을 거야
그렇게 나를 잊어갔을 거야
개망초 다시 피어나고
내 마음엔 하얀 웃음들이 피어나고
내가 견뎌낸 시린 날들에 대한 보상처럼
저 너른 들녘마다 개망초만 흐드러지게 피었더라
개망초 들녘에 서서 나는 또 울고 있어
그냥 하얀 들녘이 너무 눈부시게 순결해 보여서 우는
그 하얀 흔들림이 너무 이쁘다는 이유로 우는
그런 아름다운 슬픔일 뿐이야
개망초 그렇게 피었더라
지난 여름날의 아픔 다 묻어버리고
개망초 피고 피고 피어
오늘도 나를 눈물 나게 하더라
그렇게 행복하더라
눈물나게 좋더라
네가 있는 곳에 지는 개망초
내가 있는 곳엔 피고 있더라
그만큼의 거리에 우리가 있더라
<2009년 6월 19일. 벗님 >
- 벗 님 -
하얀 개망초 / 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