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촐한 엄마의 생일상차림..
밑반찬은 둘째 랑이가..
셋째 월이는 잡채를..
넷째 주야는 홍어삼합을..
막내 영아는 아귀찜을..
다 모이면 23명 복작이던 친정식구들..
중고딩들은 시험기간이라 빠지고..
대학생이 된 아이들은 객지로 나가있고..
친정풍경도 단촐해졌다.
베라 아이스크림 케잌은 우나가 준비했고
조카 민정이가 치즈케잌을 직접 만들었단다.
유명 베이커리 치즈케잌보다 훨씬 촉촉하고 부드럽다.
일흔여섯 살..
중 1..처음 엄마에게 나이를 물어보았었다.
그때 엄마는 서른여섯 살이라고 대답해주셨다.
그날의 기억이 왜 그리 또렷한지..
내 기억 속의 엄마의 나이는 언제나 서른여섯 살에 머물러 있건만..
작년부터 우나가 할머니 생신날에 용돈을 드린다.
엄마는 다른 어떤 선물보다 손녀딸의 용돈을 가장 기뻐하시는 듯 하다.
옆에서 이모들이 농을 한다.
"우나야 이제 이모들도 용돈 받을 수 있는 거야?"
우나가 뜨악하는 표정이더니 이내..
"하긴 내가 이모들에게 받은 너무 많긴 하지.."
ㅋㅋㅋ..
다음날 점심.. 엄마가 사주시는 시장통의 칼국수..
맛집이라 줄을 서서 먹어야 할 지경이다.
우나는 들깨 칼국수가 너무 맛나다고..
다시 생각 날 것 같은 맛이라며 다음에 할머니 집 오면
또 오잔다.
양도 어찌나 많은지..
넷이서 3인분을 주문했는데 해물칼국수는 조금 남겼다.
동탄 집으로 가는 길..
며칠.. 비 내린 후라..
하늘도 구름도 참 맑고 깨끗하다.
친정 다녀오는 길엔..
내 마음도 저 하늘 같고 구름 같다.
사느라 쌓인 삶의 먼지 말갛게 씻기우고 간다.
- 벗 님 -
어머니의 손 / 범능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