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에 차례 지내러 간 둘째 랑이랑 네째 주야네가 빠졌지만..
가장 맏이인 우리 식구랑 세째 월이네랑 막내 영아네가 참석해서..
그 어느 때 보다 가장 풍성한 추석날 아침..
나도 처음으로 추석 차례상 앞에서 아빠께 절을 올린다.
우나랑 쏭이도 외할아버지 차례상에 절을 올린 건 처음이라며 신기해 한다.
하긴 우리 시댁에선 여자들은 차례를 지내지 않으니..
오후에 랑이네도 주야네도 도착하고..
우리 친정식구들 모두 모여
느긋하고 여유로운 한가위 날의 하루를 보낸다.
딸들이 차린 차례상..
" 아빠, 이번 추석엔 아빠 산소에 가지 못해 죄송해요."
아빠 돌아가시고 성묘를 한번도 거른 적이 없었는데..
아빠가 우릴 기다리고 계실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 하니..
둘재 랑이가..
" 언니야, 내가 아빠 돌아가시고 삼년 지나서 꿈을 꿨는데..
아빠 산소 안이 말끔히 치워져 있고 아빠가 안 계시더라..
아마도 아빠가 좋은 곳으로 가시고 이젠 거기 안 계신 것 같아."
생전에 둘째 랑이랑은 각별했었던 아빠..
그래서 랑이 꿈에도 자주 찾아오셨던 것일까..
예전에 삼년 상을 치르는 풍습도 거기서 기인한 것일까..
돌아가시고 삼 년이면 이승을 떠돌던 혼이 영원히 떠나는 것일까..
"울 아빠..평생 착하게 사셨으니 좋은 곳에 분명 환생하셨을 거야."
동생 랑이의 그 말이 위안이 되면서도..
이젠 울 아빠 우리 곁을 영영 떠나신 것만 같아
서운한 맘 그지 없다.
- 벗 님 -
천개의 바람이 되어/ 임형주,버블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