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꽃이 핀 걸 본 후에야..
'아, 올해도 냉이 캐는 시길 놓쳐버렸네..'
내년엔 서둘러 냉이 캐러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 매년 냉이 캐는 시길 놓친다.
유년의 송골새 마을..
그 마을의 산과 들엔 웬일인지 냉이가 귀했다.
해마다 봄바람 살랑 불어오면..
우린 장농 깊숙이 넣어두었던 팔랑 치마를 꺼내어 입고..
삼삼오오 옆구리에 바구니 끼고 쑥이랑 냉이를 캐러 갔었다.
쑥은 흥청망청 흔했지만..
냉이는 귀했고 달래는 더 귀했다.
그래도 냉이랑 달래 군락지를 심심치 않게 만나기도 했었다.
일곱여덟 살 무렵의 어린 나는
처음엔 냉이랑 개냉이가 조금 헷갈렸었지만..
어느 순간 딱 보면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동네 친구들과 온종일 들과 산을 헤매며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바구니 가득 쑥이랑 냉이랑 달래를 캐와서
마당 한켠의 수돗가에 옹기종기 앉아
우리가 캐온 봄나물들을 다듬었었다.
난 그 시간들이 참 좋았었다.
말끔히 다듬은 새파란 쑥이랑 달래 냉이가
대야에 담긴 말간 물 위에 동동 떠 있는 풍경이
지금도 눈 앞에 아른거린다.
유년의 그 기억 때문일까..
스무 살에도..
서른 무렵의 새댁일 때도..
쉰을 훌쩍 넘긴 이 나이에도..
봄이 오면 장농 깊숙이 넣어둔 팔랑 치마를 꺼내 입고..
봄나물을 캐러 나서곤 한다.
추억이 많은 사람이 행복하다고 했던가..
살아갈수록 더욱 그리운 옛 시절..
그 추억들이 요즘들어 자꾸 사무친다.
냉이꽃 꽃말은
당신께 나의 모든 것을 드립니다.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