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준비 다 하고 한가한 오후시간..
막내 기태방을 정리하던 월이가 오래 된 유물을 발굴했다.
카세트 테잎..
난 시집 갈 때 다 챙겨갔었는데
동생들은 그냥 두고 갔었던 모양이다.
저걸 엄만 버리지 않고 거의 20여 년 고이 보관해 오셨던 것이다.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동생들은 달려들어 자기 테잎을 찾아 챙기기 시작한다.
학창시절 용돈 아껴 모아서 소중하게 사모았던 카세트 테잎..
그 시절 가수들과 노래를 만나니 추억이 새록 돋아나는지
엄마방에서 찾아온 카세트 라디오에 테잎을 넣고
찌지직 거리는 옛노랠 들으며
내 동생들의 눈빛이 추억에 촉촉 젖어든다.
" 엄마, 이게 뭐야?"
카세트테잎이랑 라디오를 처음 보는 조카 유담이의 질문에
우린 모두 꺄르르 웃었다.
거실 한켠에 오래 된 액자 속에서..
대학생이던 나..
초등학생이고 유치원 다니던 어린 내 동생들..
이 날이 또렷이 기억난다.
카메라 챙겨들고 어린 동생들 데리고 태화강변에
소풍을 갔었다.
- 벗 님 -
옛시인의 노래 / 한경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