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야, 엄마랑 석남사 계곡에 쉬고 있다가 우리 일 마치면 밥 같이 먹자."
동생들이 연수원 일 가는 길에 엄마랑 나를 석남사에 떨구어 주었다.
석남사..
울산 근교에 위치한 비구스님이 계시는 사찰이다.
석남사 계곡은 맑고 깊어 여름 피서지로 유명하다.
여고시절 친구들과 소풍처럼 놀러 오기도 했었고..
은영이라는 미술 전공한 친구가 나를 모델로 그림을 그리겠다며
석남사 계곡에 온 적도 있었다.
나는 아마 저기 어디쯤 바위에 앉아있고 은영이가 스케치북에다 나를 그리던 풍경이
새삼 떠오르기도 한다.
친구 양민이네랑 하루 텐트 치고 캠핑을 한 적도 있고..
대학 시절 내남자랑 데이트를 한 곳이기도 하다.
이런저런 추억이 남아있는 석남사..
아침 일찍 도착한 덕분에 너른 바위 그늘진 곳에 자릴 잡을 수 있었다.
랑이랑 월이가 바위에 자릴 잡아주고 일하러 가고..
동생들이 챙겨준 옥수수랑 청계 찐 거..
엄마가 챙겨오신 부추전이랑 과일을 먹으며
엄마 나랑은 신선 놀음 중..
괜히 동생들에게 미안했다.
나도 같이 일하고 싶다고 하니..
언니는 별 도움이 안 되니 엄마랑 쉬고 있으란다.
일 마치고 오는 내 동생들..
랑이.. 월이.. 주야..
마음 깊고 착하고 이쁜 내 동생들..
내게 꼭 언니 같은 동생들..
엄마 모시고 동생들이랑 석남사 인근에 위치한
퓨전 중국 맛집에서 식사를 한다.
기회 되면 다시 가고픈 맛집이다.
식사 후..다시 계곡으로 와서 쉬어 간다.
바라보면 괜히 애틋하고 괜히 울컥해진다.
그래도 큰 언니라고 마음 써주고 대접해 주는 내 동생들..
큰 언니 노릇 변변히 못하고 살아온 거 같아
많이 미안하다.
훗날에 .. 동생들 곁에서 함께 살며
함께 늙어가고싶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 벗 님 -
내 마음의 사진 / 송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