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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가족

엄마 뵈러 가는 길

by 벗님2 2023. 4. 8.

 

 

 

3월17일 금요일..

 

오랜만에 엄마께 전화를 드렸다.

전화기 너머의 엄마의 음성이 예사롭지 않다.

갑자기 다리가 아파 며칠째 걸음을 못 걸으신단다.

가슴이 철렁~~

 

20년 전쯤 다리가 아프셔서 근육주사를 맞으셨는데

그게 잘못되어 그때 이후로 지병처럼 엄말 괴롭혀온 다리통증..

108배며 자전거타기를 하면 괜찮아지곤 하셨다는데..

그래도 댄스며 검도며 택견이며 기공체조등 

젊은 사람보다 강도 높은 운동을 해오신 울 엄마..

 

엄마가 걸음을 못 걸으신다니..

노인들 걸음을 못 걸으면 그 길로 쇠약해지신다는데..

특히나 운동을 워낙에 좋아하시는 엄마가 운동을 못하시게 되면 어쩌나..

얼마나 놀라고 별별 걱정이 앞서 눈물이 핑그르르 돈다.

일단 둘째 랑이에게 엄마의 상태를 알리고

다음날 마침 대구에 모임이 있는 내남자랑 울산으로 출발한다.

 

 

 

 

 

 

 

 

봄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즈음이였다.

울산까지의 기인 여정..

우린 국도를 따라 여행처럼 느긋이 가기로 한다.

가는 길 충추 어디쯤에서 전에 한번 맛나게 먹었던 막국수를 먹는다.

막국수는 여기가 최고인듯..

 

 

 

대구에는 어느덧 개나리가 활짝 폈다.

대구에 들러 어머님을 뵙는다.

다행히 내남자를 알아보신다.

내가 누구냐 여쭈니..며느리..라고 답하신다.

지난번엔 힘들어 하셔도 혼자 앉아있을 수 있으셨는데..

이젠 앉아있는 건 엄두도 내지 못하시고

누워만 계시니 다리가 뻣뻣하게 굳어가고 있었다.

그래도 눈빛이 초롱하시고 얼굴빛도 맑으시다.

떠날 때 어머님 손을 잡아드렸더니

환히 웃으시며 내 손을 꼬옥 쥐어주신다.

 

 

 

 

 

 

울산 도착..

조금 나아지셔서 절뚝거리며 걸음을 걸으시는 엄마..

그동안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으시고

홀로 집 앞의 한의원에 겨우 겨우 걸으셔서

침 맞으러 다니셨다고 한다.

침 맞으면서 많이 좋아지신 거 같단다.

다행이다.

 

엄마가 좋아하시는 국물닭발로 저녁을 먹는다.

입이 짧으신 엄마가 닭발을 이렇게 좋아하시는 줄

지난번에 처음 알았다.

엄청 매운 닭발을 얼마나 맛나게 드시는지..

 

랑이의 전화..

내일 엄마 모시고 랑이네 농막에 가잔다.

 

 

 

 

 

 

 

 

 

"엄마 피부가 좋아지셨네.."

엄마 피부가 좋아지셨다 하니

요즘 세수할 때 얼굴 마사지를 백번씩 하신다며

마사지하는 방법을 나에게 가르쳐주신다.

 

정말 대단하신 울엄마..

십 여년 전 내가 가르쳐준 108배를 지금껏 꾸준히 하시는 울엄마..

유산균 원균을 갖다드린지도 15년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요플레를 만들어 아침마다 드시고 계신다.

요플레를 드시면 속이 참 편하고 좋으시단다.

 

엄마 뒤로 잔뜩 쌓인 옷가지들..

다리가 아프시니 이런것들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 싶어

다 버리려고 내어놓으셨단다.

 

 

 

 

 

- 벗 님 -

 

 

 

 

 

어머니의 손 / 범능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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