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에 위치한 카페.. 꿈꾸는 다락방..
휴일의 하루 노트북 챙겨서 우나랑 함께 갔었다.
우나가 나름 신중히 검색해서 분위기 좋은 곳으로 선택했었는데..
조금은 오래된 듯한 아늑하고 앤틱한 느낌이 처음엔 좋았지만..
나무탁자 위로 개미가 기어다니고..
내가 주문한 스트로베리 요거트는 도무지 마실 수 없어..
저만큼이나 남겼다.
다락방에 관한 몇 가지 떠오르는 기억 혹은 추억..
어릴 적 아빠가 새로 지으신 양옥집 내방엔 다락방이 있었다.
나무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 조금 높다란 다락방..
다락방에 올라 어릴적 쓴 그림 일기장을 꺼내 읽곤 하던 기억이 난다.
우리가 다 쓴 노트도 엄마는 다락방에다 보관해 놓으셨는데..
쌓인 노트들을 뒤적여 미처 다 쓰지 못한 여백이 있는 노트를 찢어..
연습장을 만들어 쓰곤 했었던 기억..
집에서 걸어 30분은 족히 가야 하는 외갓집 가는 걸 좋아했었던 유년의 나..
나랑 한 살 터울의 사촌언니와 두 살 터울의 사촌오빠가 있어
더 자주 놀러 갔었던 것 같다.
외갓집에도 다락방이 있었는데..
외갓집 다락방 계단 입구에 앉아 오래된 동화책이며..
그 시절 유행하던 올훼스의 창이나 베르사유의 장미.. 남녀공학 같은..
순정만화책에 흠뻑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던
그런 아련한 기억들..
그리고 우리 바로 앞집에 살던 소아마비 걸린 여자아이..
우리 셋째 월이보다 두 살가량 많았지만 같은 학년을 다니던 그 아이는
얼굴에 언제나 웃음기를 머금고 있었는데 인상이 참 맑고 환했었다.
우리 집 마루에서 그 아이의 다락방창이 바로 보였었는데..
항상 앉은뱅이책상에 앉아 책을 읽던 그 아이의 고요한 옆모습도 떠오른다.
2022년 3월..
- 벗 님 -
벙어리 바이올린 /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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