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가 통통한 체질이다.
아마 평생을 통통하게 살아온 듯하다.
댄스와 요가를 좋아해 십 수년 꾸준히 해오고 있었지만..
그냥 통통한 몸매를 유지해 주는 정도..
그렇다고 다이어트를 해야겠다 마음먹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막연히 살이 쫌만 빠지면 얼마나 좋을까..
그냥 상상만 하는 정도..
어떻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맛있는 거 먹는 걸 포기할 수 있단 말인가..
해서 아예 다이어트 같은 건 나의 사전에 없었다.
그러다 코로나를 겪으면 몸무게는 늘어났고..
38일간의 지난 유럽여행과 한 달이 넘는 시차부적응과 무력감으로
몸무게는 더 늘어났다.
쏭이랑 내남자가 내 뱃살을 걱정할 정도로..
그래봤자 전보다 조금 더 찐 정도겠지.. 하며
내남자랑 쏭이의 말을 한 귀로 흘려 들었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 중의 하나가..
체중계에 올라가는 거..ㅎ~
해서 일 년에 한 번.. 혹은 2년에 한 번..
건강검진 때 하는 수 없이 체중계에 올라간다.
단지 체중 재는 게 무섭고 싫어..
건강검진을 미루고 미루다 꼭 12월 막바지에 검진을 받곤 했었는데..
이번에 내남자가 삼성병원에 정밀건강검진을 신청하는 바람에..
올해 5월 31일?? 건강검진받으며 몸무게를 보니.. 충격..
우나 만삭 때 보다 몸무게가 더 많이 나간다.
무엇보다 혈압수치가 너무 높게 나와.. 충격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건강에 적신호가 뜬 거 같아..
태어나 처음으로 체중조절해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고..
6월 2일부터 식단 조절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좋아하는 튀김류나 탄수화물을 줄이고..
센터 가면 습관적으로 마시던 믹스커피도 딱 끊고..
무엇보다 저녁을 가급적 탄수화물 안 먹고.. 가볍게 먹도록 노력했다.
원래 아침을 거르고 하루에 두 끼를 먹어왔던 터라..
저녁에 야식을 먹지 않으면 간헐적 단식은 저절로 되는 상황..
아래는..
6월 한 달 나의 식단..
2024년 6월 1일
이 날은 아직 다이어트 생각이 없을 때라..
쏭이랑 성수랑 베트남 음식점에 가서 푸지게도 먹었다.
카페 가서 달달한 요거트 스무디도 먹고..
그래서인지 다음날 체중계에 올라가니..
병원 건강검진 때보다 체중이 더 늘었다.
정말 충격 먹고 다이어트 결심을 하게 됨..
6월 2일
다이어트 결심 첫날..
쏭이가 낙지볶음 맛집 엄빠랑 꼭 가고 싶다고..ㅠㅠ
맛있게 먹으면서 밥양만 쫌 줄였더니..
다음 날 체중이 조금 내려 감..
6월 3일
두 끼 중 한 끼는 샐러드로 대체함..
몸무게가 하루에 이 삼백 그램씩 줄기 시작..
6월 4일
쏭이랑 함께 만들었던 시래기 감자탕 한 그릇..
6월 7일
청양 여행 떠나던 날 아침..
내남자 정기 진료받는 병원 건물 1층 카페에서..
칼로리가 300이 넘는 자몽에이드..
청양 여행 중..아점으로 고추냉면..
이 날 저녁은 내남자 혼자 드시고
난 별로 배가 안 고파 건너 뜀..
6월 8일
여행 이틀 째 대천 해수욕장에서..
아침은 꼭 먹어야 한다는 내남자 때문에
해물 뚝배기.. 밥 반 공기만..
디저트로 베이커리 카페에서..
칼로리 엄청 높을 거 같은
달달한 빵이랑 아이스아메리카노..
대천 해변에서 망중한을 즐기며..
좋아하는 콜라와 치즈맛 나초까지..
에휴~~ 망했다~~
이틀간의 여행을 마치고 다음날 아침..
불안한 마음으로 아침 체중계에 올라갔는데..
어쭈~~ 오히려 200그램 정도 줄었다.
6월 10일
소중한 한 끼..
들깨 미역국에 좋아하는 계란말이까지..
6월 11일
재희언니가 입맛이 없어서 쫄면 먹자고
꼬마김밥집에 왔다.
쫄면이랑 꼬마김밥을 먹었는데.. 사진을 깜빡했다.
근처 교회카페에 가서 자몽에이드까지..
6월 13일
날이 더워지면 항상 생각나서
짐에서 종종 해 먹는 메밀소바와 샐러드..
6월 14일
월남쌈..
이거 은근히 배부르고 맛있다.
6월 15일. 토
닭갈비에 내가 좋아하는 볶음밥까지..
쏭이랑 성수가 온 날은..
다이어트가 어렵다.ㅠㅠ
게다가 저녁엔 푸라닭까지..
사실 이거는 내가 먹고 싶어 먹자고 했다.
6월 16일. 일
내 남자 사무실 간 날..
사무실 근처의 돈가스 맛집에서..
돈까스 소바세트..
돈가스는 반만 먹고 반은 포장..
컴포즈에서 사 온 이 신메뉴 음료가 엄청 칼로리 높음..
돈가스와 이 음료 덕분에 다음날 몸무게가
몇백 그램 늘었음..ㅠㅠ
6월 17일.일
프라닭 남은 거랑 냉동해 두었던 바나나로
바나나주스 만들어서 한 끼..
6월 18일
엊그제 남긴 돈가스와 샐러드로 도시락 사 와서
도서관에서..
저녁은 애호박전으로..
6월 21일
점심 도시락으로 야채볶음밥..
아침에 도시락 싸고 남은 볶음밥으로
저녁 해결..
6월 22일
추어탕 국물까지 한 그릇 뚝딱..
디저트로 고구마와 뻥튀기까지..
6월 23일
돼지고기 김치찜..
쏭이가 온 날은 이렇게 푸지게 먹게 된다.
아??
여기 어딘지 이제 생각 남..
우리 동네 근처 막국수집..
저녁에 애들이랑 디저트로 애플수박..
6월 24일
감자탕..
감자탕 보다 더 좋아하는 볶음밥..
6월 26일
점심 도시락으로 샌드위치와 샐러드..
6월 27일
점심 도시락으로 치아바타랑 샐러드
저녁은 돼지고기 볶음이 들어간 월남쌈..
다음날 몇백 그램 더 찜..ㅠㅠ
아마도 치아바타 때문인 듯..
6월 28일
점심 도시락으로
남은 돼지고기 김치찜으로 한 볶음밥과 쌈야채..
재희언니 만나서 도서관 카페에서
자몽 에이드..
6월 30일
이 날은 도서관 가지 않는 날이어서..
점심은 간단히 방울토마토 계란 볶음과 야채들로만..
저녁은 내남자가 먹으려고 구운 갈치
한 마리 갭 해서 냉콩나물국과 밥 먹음..
매 끼니마다 야채를 많이 먹으려고 노력함..
이렇게 6월 한 달 동안 음식조절을 시도한 결과..
3킬로 하고도 조금 더 빠짐..
엄청 신기했음..
이게 되는구나..
평생 다이어트란 걸 해본 적이 없는데..
먹고픈 거 다 먹으면서 건강한 먹거리 찾아 먹는 노력
조금만 해도 이렇게 살이 빠지는구나..
무척 행복하고 신기했음..
아침마다 이 삼백 그램씩 빠져 있으니까..
체중계에 올라가는 일이 즐거운 일이 되었음..
물론 전 날 쫌 많이 먹은 날은 다시 원상 복귀되거나
몇백 그램 더 찐 날도 있었지만..
꾸준히 빠져서 한 달에 3킬로 빠졌으면
나로선 대 성공..
욕심 내지 않고 다음 달에도 3킬로 빼는 걸 목표로..
다시 시작하기로 한다.
다이어트가 이렇게 행복한 일이었다니..
- 벗 님 -
변해가네 / 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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